
최근 몇 달간 PC 게임 신작을 일부러 손에 대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에 잠깐 해보다가 손에서 놓았던 타이틀들을 다시 설치해보고, 예전의 플레이 기록들을 찾아보는 데 시간을 들였다. 이상하게도, 최신 그래픽이나 시스템보다 그때 느꼈던 몰입감이 더 진하게 떠오른다. 단순히 추억의 힘일까, 아니면 그 시절 게임에는 지금과는 다른 ‘정서’가 담겨 있었던 걸까.
요즘 게임 트렌드를 살펴보면, 명확한 방향성이 보인다. 실시간 경쟁,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구조, 그리고 끊임없는 과금 유도. 물론 시장 논리상 어쩔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모든 게임이 비슷한 루틴을 강요하는 순간, 유저는 결국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나처럼 일상 속에서 잠깐이라도 다른 세계에 머물고 싶어 게임을 찾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에야 깨달았다. 나는 MMORPG의 자유로움보다, 작은 마을을 탐색하고, NPC와 대화하며 느긋하게 진행되는 서사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걸. 이건 단지 장르의 차이를 넘어서, 플레이어로서의 ‘리듬’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리고 이건 분명 게임 기획자들이 더 주목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공간에선, 그런 시선으로 다양한 게임을 이야기해볼 생각이다. 시스템 중심의 정보성 글보다는,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느낀 경험과 질문을 중심에 두고 기록해볼 예정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게임은 결국, 숫자보다 감정으로 남는다는 걸 믿기에.
— 김도윤 기자